요즘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어요. 낮엔 아직도 조금 덥긴 하지만, 저녁이 되면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게 기분 좋더라고요. 오늘은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노가리와 맥주 한 잔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맥주를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가끔씩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날 때가 있잖아요? 특히 노가리와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죠.
집 근처 마트에서 노가리 한 봉지랑 맥주 한 캔을 샀어요. 마트 안에서 벌써부터 맥주캔을 손에 쥐고 있으면 뭔가 기대감이 더 커지더라고요. 노가리 포장지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아, 이거지’ 하는 생각에 슬쩍 웃음이 나왔어요. 얼른 집으로 가서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에 발걸음도 빨라졌어요.
집에 돌아와서 맥주를 냉장고에 넣고, 노가리를 후라이팬에 살짝 구웠어요. 사실 노가리는 불에 직접 굽는 게 더 맛있지만, 집에서 그럴 수는 없으니까 약한 불로 팬에 구워도 괜찮더라고요. 노가리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부엌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는데, 그 순간이 참 좋았어요. 그 냄새만으로도 벌써 맥주 한 잔이 떠오르니까요.
노가리가 적당히 구워졌을 때,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차가워진 맥주를 꺼냈어요. 캔을 따는 순간, 치익 하고 기포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소리만으로도 갈증이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컵에 따라 놓은 맥주의 거품이 뽀얗게 올라오고, 그 위에 약간의 거품이 일렁이는 걸 보니 벌써 기분이 좋아졌어요.
한 손에 맥주잔을 들고, 다른 한 손엔 노가리를 집어 한 입 베어 물었어요. 노가리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퍼지면서 살짝 짭조름한 맛이 따라오는데, 그게 맥주랑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바로 맥주를 한 모금 넘겼죠. 차가운 맥주가 목을 타고 내려가는 그 시원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노가리의 짭조름함과 맥주의 상쾌한 쓴맛이 조화를 이루며 입안에서 퍼지는데, 이게 바로 피로를 풀어주는 맛이구나 싶었어요.
잠시 창문을 열어두고 바깥 바람을 맞으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자니, 뭔가 여유롭고 평화로운 기분이 들었어요. 바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노가리와 맥주 한 잔을 즐기는 순간이 소소한 행복이구나 싶었죠. 사실 대단한 요리도 아니고, 별다른 준비도 필요 없었지만, 이런 간단한 조합이 주는 만족감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더라고요.
맥주를 마시다 보니, 친구들과 함께했던 술자리들이 생각났어요. 특히 노가리 같은 간단한 안주에 맥주 한 잔 걸치면서 수다 떨던 시간이 떠올랐어요. 노가리를 하나씩 찢어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그 시간이 참 좋았거든요. 오늘 혼자 마시면서도 그때의 추억이 스쳐가더라고요. 친구들과 함께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혼자만의 시간도 나름대로 괜찮았어요.
마지막 한 조각의 노가리를 입에 넣고 맥주잔을 비웠을 때,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 짭조름한 맛과 시원한 맥주의 조합이 주는 여운이 남아서인지,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진 느낌이었어요. 가끔은 이렇게 간단한 안주와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큰 행복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날, 괜히 계획을 세우고 거창한 걸 준비하는 것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로 먹고 마시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가끔은 노가리와 맥주 한 잔으로 나만의 시간을 가져봐야겠어요. 오늘 밤은 그렇게 소박하고도 완벽하게 끝났어요.